1만 2천년 전에 지구를 연구하기 위해 안드로메다에서 온 대학원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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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http://wrongo.nubimaru.com 와 아이디어박물관에 동시에 post되었습니다. )

아이디어 박물관에서 5월의 아이디어인으로 선정되어, Mr. 번뜩맨님께서 선물을 보내주셨답니다.
키보드 선반이죠.
상품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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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받는 데 택배 문제로 좀 우여곡절이 있었네요.

선물 개봉 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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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는 이 물건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
강화유리판, 두 개의 ABS 소재 다리, 그리고 네 개의 나사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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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사......
기숙사에는 드라이버가 없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다음날 다시 포장해서 연구실에 가지고 가서 드디어 조립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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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설치.
모니터에 문서나 자료 등을 띄워놓고 이 선반에 메모지 등을 올려놓고 메모하기가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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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과 메모지, 연필 등을 올려놓고 찍은 사진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며칠 사용하다보니 조금씩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위 사진처럼 작은 메모지는 쓸만하지만 제가 연구실에서 주로 사용하는 연구노트는 A4 사이즈입니다.
강화유리판 폭이 너무 좁아서 그만한 크기의 노트를 올려놓고 쓰기에는 무리가 있었죠.
그리고 작은 메모지를 사용하더라도 손목이 공중에 둥실 뜬 채로 글씨를 써야 하기 때문에 그다지 편하지 않더군요.
아예 모니터 받침으로 사용해볼까 했지만 역시 플라스틱 다리 부분이 연약해보여서 그만두었습니다.

아아....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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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마음으로 보내주신 선물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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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선반은 기숙사로 돌아와서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화장품을 늘어놓는 선반으로 쓰고 있던 기숙사 책상 선반을 2층으로 분리하는 역할을 맡겼습니다.
화장도 거의 안 하는데 어쩌다보니 하나둘씩 늘어난 화장품들.
효율적인 수납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에 다다라있었죠.

사실 책상 선반(책꽂이)에 얽힌 문제상황을 설명하자면 좀 구구절절한데....
제가 살고 있는 기숙사가 좀 낡았습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이 선반이 철제가구이고 좀 지저분하니 낡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텐데, 제가 배정받은 선반이 본래는 높이(아래 위 폭) 조절이 가능한 것이어야 하는데 너무 오래된 나머지 선반 전체에 비틀림이 왔고, 높이 조절이 불가능해진거죠.
그래서 화장품을 늘어놓으면 전체 높이의 절반 정도는 버리는 공간이 될만큼 높이가 과하다는 걸 알면서도 조절을 할 수 없었던 겁니다.

키보드 선반을 뜬금없이 여기에 배치함으로써 이 부분의 수납 공간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죠.
여전히 위로 공간이 많이 버려지고 있어서 선반이 좀더 높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이렇게 되니 크림이나 파우더통 같이 납작한 녀석들은 아래로, 길쭉한 녀석들은 위로 배치되어서 화장품 종류에 따른 분리가 되었어요.
그리고 투명한 유리판이다보니 공간을 나눌 때 필연적으로 생기는 '답답해 보임' 현상도 많이 완화되었고, 낡은 철제가구 때문에 침침했던 분위기가 조금 깔끔해졌습니다.

보내주신 선물이 이런 우여곡절을 겪다 보니 후기를 올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네요.

어떤 물건을 갖게 되면 본래의 용도대로 쓰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느끼게 될 때가 종종 있죠.
그럴 때 불편한 채로 사용하거나 과감히 버릴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용도를 찾아주는 것도
일종의 아이디어가 아닐까요?

.....라고 강변해봅니다. ^^;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저의 코스메틱(?) 라이프를 개선시켜주신 번뜩맨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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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9 20:29 2008/06/0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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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고라에서 본 닭장차 투어 전단지.

원한다고 아무나 할 수 있도 없고, 돈 있다고 다 시켜주는 것도 아니라는 바로 그 투어!

네티즌들 사이에 입소문으로만 떠돌던 바로 그 투어의 전단지를 입수하여 공개한다.

역시 듣던대로 럭셔리하다.

http://bbs2.agora.media.daum.net/gaia/do/kin/read?bbsId=K150&articleId=357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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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도착지 랜덤 ㅋㅋㅋㅋ
리셉션, 숙박동 전경이 너무나 호화롭다.
역시 명품관광은 다르구나.

리플은 자동 축소되는 바람에 클릭해서 제 크기대로 보셔야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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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도 쩌는군요.

투어를 마치신 분들에게는 서비스로 기소도 해준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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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9 16:38 2008/05/2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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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뉴스에 쏙장에 대한 글이 올라와서 쏙 생각이 났다.

http://blog.daum.net/jsc7610/15975814


어릴 때 늦봄 쯤에 외가에 갔더니 쏙을 한바구니 쪄서 내 오셨다.

새우도 아닌 것이 가재도 아닌 것이 애매한 외모를 하고 있었지만, 정말 맛있었다.

새우나 게 가재보다 육수(?)가 더 갑각류 살 특유의 향이 강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살은 쫄깃하면서도 새우나 가제보다 연해서 게와 새우의 중간쯤 되었다.

어머니께서 그만 먹으라고 타박 줄 때까지 맛나게 먹었다.

어린 손에 처음 까 보는 쏙이라 껍질 까는 게 쉽지는 않았고 껍질 단면은 은근히 날카로웠다.
먹을 때는 맛있다고  몰랐지만 먹고 나서 시간이 지날수록 손에 자잘한 긁힌 상처는 많지 상처는 짭짤한 국물에 쩔어서 종일 손이 가렵고 부어서 고생했다.

그래도 또 삶아 주시면 또 먹겠다고 해서 외갓집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놓았다.

아쉽게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 이후에는 쏙을 먹을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쏙 철이 돌아왔다는데, 어디 쏙 파는 데 없나 한 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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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5 12:25 2008/05/1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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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가 높은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 을 보게 되었다.

때때로 '오버'하는 듯이 보일 때도 있지만 TV앞에 사람을 붙들어 놓는 흡인력이 있다.

이번에는 모조치즈와 감기약 부작용을 다루었는데, 감기약 부작용 파트가 반향이 큰 것 같다.

그렇잖아도 환절기라 내 주변에도 감기환자가 넘쳐나는데, 평범한 감기약을 먹고도 피부와 각막이 녹아내리고 실명할 수도 있다고 한다.

관련기사 : 감기약 먹었을 뿐인데 각막이 녹아내려?

(기사에 첨부된 사진은 혐오감을 불러일으킬수도 있습니다.)
(저야 뭐 토마토 냠냠쩝쩝 하면서 잘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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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30 10:17 2008/04/3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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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서 부모님을 뵈었더니, 지긋지긋한 우주인 얘기를 하신다.

부모님 마음이 본래 그런것이려니 하고 생각하면서 '견뎌'냈다.

결론은 나보고 운동 열심히 해서 우주인 되라신다-_-;;

부모님이 아니었다면 얘기가 그까지 가기도 전에 짜증 팍 냈을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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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1 21:35 2008/04/2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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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요원 임명장도 받고...
IMK 요원이 되었다 ㅋㅋㅋ

http://www.ideakeyword.com/644
여기 들어가면 뽀대나는 음악도 나온다 ^^*
여러 분들이 함께 임명장을 받았다.
앞으로 아이디어 광장에서 팀블로그 활동을 할 수 있다는데, 아직은 내가 티스토리 초대장을 받지 못해 활동 대기 상태다.

재미있는 곳이다.
블로그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됐는데, 재미있어서 재미있다고, 이건 이럴 때 좋겠다고 생각나는대로 댓글 몇 개 달았더니 바로 반응이 돌아와서 신기했고, 블로깅을 이맛에 하는구나 싶었다.


번뜩맨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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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0 14:42 2008/04/1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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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을 넘어서면서 이번 18대 총선 개표 결과가 거의 정리되는 듯하다.
견제론이 우세한가 했더니 웬걸, 온통 퍼런 물결이다.
최연희, 전여옥, 이인제....어익후 혈압 오른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내 주소지인 경상남도 사천에서는 돌풍이 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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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의원 홍보자료 중 한 페이지입니다. http://gigap.net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건 퍼와도 되는 것, 맞지요?)

사천시는 지금까지 두 번 한나라당 이방호 의원을 국회로 보내줬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에서도 대통령 측근에서 권력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하다.
그리고 사천이라면 서부경남이긴 해도 엄연히 경상도다.
아니나다를까, 2월 하순에 이뤄진 설문조사에서는 선거 해 볼 것도 없이 이방호 의원 당선이 확실해 보였다.

강기갑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의정활동을 했다.
사천에서 농고를 졸업하고 농민운동을 해 온, 희끗한 수염과 한복이 트레이드마크인 '눈에 띄는' 의원이었다.
복색만 눈에 띄는 게 아니라 그의 의정활동 내용, 정책 연구 내용은 더욱 돋보인다.
위에 스크랩한 저 한 장의 사진이 많은 이야기들을 함축하고 있다.
동향의 혹자는, 도로확장이 중요한 지역 현안인데 아무래도 그런건 힘있는 한나라당 의원이 잘하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했었다.
창선대교 개통과 함께 지역 국도에 차량통행량이 엄청 늘어나서 상습 정체구간이 되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삼천포-사천 국도 3호선 확장을 바라고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사천에 출마한 후보들은 너도나도 도로 확장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었지만, 강기갑 후보는 아예 "558억 7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했습니다"라는 문구로 '하겠다'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것 말고도 따낸 예산이 수백억 짜리로 몇개나 되었다.
여기서 '한나라당 의원 = 지역 예산 따 온다' 라는 지긋지긋한 공식을 완전히 깨뜨릴 수 있었다.

진보신당 후보가 우리 지역에 나왔더라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된 이상 민노당에 NL계열이 있고 친북용공.... 어쩌구 하더라도 이 사람만은 밀어줘야 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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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의원 홈페이지 http://gigap.net 에 게시된 홍보자료의 일부입니다.)

부재자 투표를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어쩌면 강기갑 후보가 될지도 몰라"라는 작은 기대가 있을 뿐, 여전히 "그래도 경상도...."라 현실적으로 역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개표가 시작되자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0% 이상 치고 나가 당선이 확실해 보이더니, 시간이 갈수록 점점 간격이 좁아져 긴장하며 기다렸다.
끝내 182표  차이로 강기갑 후보가 당선 확정되었다.

신이 나서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됐다고.
투표율 50% 남짓, 투표자 5만명 남짓, 그 중에서 182표.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인 일정을 조정해가면서 부재자 투표를 하고 온 것이 그렇게 보람차고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이것이 한 표의 위력이다.

"나 하나 투표한다고 달라져?"  "정치인들 다 똑같아."
이런 말 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제 자신있게 부정할 수 있다.

강기갑, 내가 그를 선택한 이유들이 퇴색하지 않도록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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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0 01:21 2008/04/10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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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맛(향?) 착향탄산음료 써니텐을 사서 캔을 유심히 살펴보면,

"흔들어 주세요!" (흔들어 드세요 였던가?)

라는 도발적인 문구가 적혀 있다.

친구가 "써니텐은 흔들어 마시라고 적혀있어."라고 처음 말했을 때 '구라 즐...'이라고 반응했는데, 직접 확인해봤더니 정말로 그런 문구가 있었다.

아 어쩌라는 걸까.

직접 확인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용자들이 정말로 열심히 흔들어 뚜껑을 땄는데,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시피 보라색 분수(포도맛이었나보다)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탄산음료가 아닌, 써니텐 제조 회사의 다른 음료 제품 포장에 찍혀야 할 문구가 써니텐에 잘못 찍혔다는 설을 비롯해서 써니텐 제조 회사의 사장 내지는 직원 일동이 "탄산음료는 흔들어서 장쾌하게 뿜어야 제맛!"이라는 샴페인적 음료 철학을 가지고 있다거나, 써니텐은 생일축하용으로 제조된 것이라 즐거운 생일빵 행사를 위해 그런 문구가 들어있다는 둥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그런데 오늘의 아래 동영상 발견으로, 첫 번째 가설이 틀렸음이 입증되었다.

http://tinyurl.com/5bhdnr
(동영상을 임베디드 링크로 넣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 )

흔들라는거, 진심이었네??

이 당시 출시된 써니텐은 저탄산 과즙음료였는데, 과즙이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경우가 있어서 이렇게 광고하게 되었다는 새로운(그리고 가장 그럴싸한) 가설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써니텐은 칠성사이다나 코카콜라와 비슷한 수준의 탄산을 포함하고 있음이 주위사람들의 구강 내부 센서를 통해 보고되고 있다.

콜라보다는 낮을지 몰라도, 데미소다보다 탄산함량이 높다는 것은 자명하다고 생각하는데 데미소다 조차도 열심히 흔들어서 따면 샘솟는다.

여전히 진실은 저 너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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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8 23:37 2008/04/0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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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보도블럭 틈새에 보라색 꽃이 소복이 피어있는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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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이 제비꽃인지, 오랑캐꽃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꽃인지 사실은 잘 모른다.

모래 알갱이가 틈새에 박혀 있긴 하지만 사실상 '그냥 돌틈'이다.
그런 데서 뿌리를 내리고 싹이 트는 것도 신기하거니와, 더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지나치게 풍성한 꽃이었다.
잎은 크지도 않은 걸로 네 장 밖에 되지 않는데 꽃은 다섯송이가 피고 두 송이가 봉오리로 맺혀있다.

일반적으로 식물 입장에서 꽃은 잎보다 훨씬 '비싸다'.
곤충을 유도하기 위한 색깔과 무늬를 입히고 꿀도 마련해야 하고, 암술수술도 만들어야 하는데 잎과는 달리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기능은 전무하다.
씨가 맺히면 또 거기에 엄청난 양분을 공급해줘야 한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을 더 많이 내서 양분을 모으겠지만 잎보다 훨씬 많은 꽃을 우선으로 피운다는 것은 큰 모험임에 틀림없다.

제비꽃 씨앗을 본 적은 없지만, 그리 크지는 않을 것 같다.
씨앗에 저장되어 있던 양분도 변변찮았을 것 같다는 말이다.
돌 틈사이에 뿌리가 얼마나 풍성하게 내렸을지도 의문이고, 저 자리는 한낮 한때가 아니면 거의 언제나 그늘이다.

누군지 기억할 수는 없지만,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 아래 형편없는 잎사귀들을 보고 "카드빚으로 예쁘게 치장하고 다니는 철없는 아가씨같다"고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식물 세계에는 카드빚이란 게 없다.
어디서 용케 에너지를 만들어서 저렇게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카드빚 아가씨는 그 몰락이 예견되어 있지만, 저 꽃은 이런 생존전략으로 여러 세대를 이어가며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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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7 13:36 2008/03/2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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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테스트를 했는데 '지적이고 문학적인 장인의 취향' 이란다.

지적이고 문학적인 장인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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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가장 지적이고 수준 높은 취향을 가졌습니다.

당신의 취향은 이중적입니다. 당신은 논리적이고 정교한, 치밀하고 계획적인 것들 좋아하면서도, 창작의 자유와 표현의 다양성을 지지합니다. 이성적인 격식(decorum)을 중시하면서도 자유와 열정을 선호하는, 이중적인 완벽주의자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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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20세기 인류가 배출한 가장 독창적인 작가 중 한명.
가난, 냉대, 정치적 핍박, 치명적 뇌손상 등에 불구하고
인간 창의력의 극점에 달했던 인물.
당신의 취향에겐 '영웅'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당신의 취향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그리스의 소피스트 시대를 연상케 합니다. 오늘날 '궤변론자'로 폄하되지만, 소피스트들은 국내외 다양한 생각과 사상을 받아들여 민주주의 제도를 구축했고, 표현의 자유와 가치의 다양성을 존중해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수없이 많은 위대한 희곡과 미술 작품들을 탄생시켰습니다. 

좋아하는 것
당신의 취향의 폭은 상당히 넓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도 많죠.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것을 묘사하자면, "과감한 독창성과 분출하는 창의력을 철저한 절제력과 단련된 수양으로 다듬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글을 예로 들자면 다음과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후회는 한 평생 너무나 많은 편지를 썼다는 것이다
세월이 더러운 여관방을 전전하는 동안
시장 입구에서는 우체통이 선 채로 낡아갔고
사랑한다는 말들은 시장을 기웃거렸다

새벽이 되어도 비릿한 냄새는 커튼에서 묻어났는데
바람 속에 손을 넣어 보면 단단한 것들은 모두 안으로 잠겨 있었다

편지들은 용케 여관으로 되돌아와 오랫동안 벽을 보며 울고는 하였다

편지를 부치러 가는 오전에는 삐걱거리는 계단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기도 하였는데 누군가는 짙은 향기를 남기기도 하였다
슬픈 일이었지만

오후에는 돌아온 편지들을 태우는 일이 많아졌다
내 몸에서 흘러나간 맹세들도 불 속에서는 휘어진다
연기는 바람에 흩어진다
불꽃이 '너에 대한 내 한때의 사랑'을 태우고
'너를 생각하며 창밖을 바라보는 나'에 언제나 머물러 있다

내가 건너온 시장의 저녁이나
편지들의 재가 뒹구는 여관의 뒷마당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나를 향해 있는 것들 중에 만질 수 있는 것은 불꽃밖에 없다
는 것을 안다 한 평생은 그런 것이다

"편지, 여관, 그리고 한 평생" 심재휘


저주하는 것
당신이 저주하는 사람들은 3부류로 나뉩니다. 첫번째, 가짜를 가짜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 두번째, 가짜를 진짜라고 우기는 사람들. 세번째, 가짜인줄 알면서도 좋아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판치는 사회일수록 당신은 불만과 혐오로 가득할 겁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당신을 세상을 온통 증오하는 까다롭고 시건방진 염세주의자로 착각하기도 하겠죠.

그러나 문제는 가짜가 판치는 세상입니다. 연기가 안되는 사람이 배우랍시고 돈을 버는 세상, 노래가 안되는 사람들이 가수랍시고 대접을 받는 세상, 이런 세상에 불만과 혐오를 느끼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겠죠.
 
당신 중 일부는 극단적인 엘리트 취향이라 단순히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차원을 넘어 다른 취향을 가진 인간을 멸시-차등화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심한 경우 우생학에 기반한 파시즘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위험한 관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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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5 23:17 2008/03/25 2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