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2천년 전에 지구를 연구하기 위해 안드로메다에서 온 대학원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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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를 정화해주고, 이렇게 좋고, 저렇게 좋고... 실내 식물을 키우면 좋다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
나도 반지하나 다름없는 어두운 곳에서 식물을 키운다고 오버(?)를 하고 있지만, 요즘 실내 식물에 대한 광고글들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과장광고라는 인상이 많이 든다.
가습효과가 있어서 가족 건강에 좋다는 게 대표적인 예다.

* 가습 효과

가습기가 세균의 온상이라는 고발 프로그램이 방송된 이후 가습기를 대체할 차세대 주자로 거론되는 것이 실내식물이다.

(사진은 내용과 별 관련이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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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뿌리로 흡수한 물을 잎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기공을 통해 방출하는 증산작용을 한다.
물론 가습 효과가 있다.
하지만 미미하다.

식물로 가득한 온실을 꾸미고 그 안에서 사는 게 아니라면, 아파트 집안이나 사무실 같은 곳에서는 양손 안에 쏙 들어오는 조그만 화분에 한뼘 남짓한 산세베리아 하나 심어져 있는 화분을 서너개 가져다 놓는 게 고작이다.

가로세로 3m 정도의 사무실에 세 개의 작은 화분이 있다. 이걸로 건강에 도움이 될만큼 습도가 높아지길 바란다면 과한 기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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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식물 키우기가 취미라서 집안 곳곳에 눈길 닿는 곳마다 식물이 배치되어 있을 정도라면 가습효과를 무시할 수 없겠지만 식물취미가 없거나 시간이 없거나, 집안에 어린이나 치매환자, 애완견 등이 있는 경우에는 수십개의 각각 다른 화분을 잘 관리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실내 식물로 흔히 추천되는 관엽식물은 증산작용이 활발한 편도 아니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어서 관리하기 편하다고 선전하기도 하는데, 그 말을 뒤집어 보면 증산작용이 활발하지 않다는 뜻이다.
제한된 환경에서 관리가 편리하게끔 개량되는 과정에서 증산작용이 약한 개체들이 선택되었을 것이다.

광택나는 고무나무 잎. 광택은 왁스층에 의한 것으로, 잎에서의 물 증발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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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엽식물이 이러니 선인장 등 다육식물은 말할 필요도 없다.

선물이나 직접 구매를 통해 한두개씩 사무실이나 아파트로 입양된 무수한 식물들이 비좁은 화분, 건조한 토양, 부족한 햇볕에서 근근히 살아가는 형편임을 감안하면 증산작용을 활발히 할래야 할 수도 없다.
오히려 겨울철에는 건조한 실내공기 때문에 식물이 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습기를 가동하기도 한다.

식물이 좋아서 지속적으로 애정을 쏟을 결심으로 입양하는 게 아니라 순전히 가습효과가 필요한거라면 방 안에 빨래 널고 때때로 분무기로 물 뿌려주는 게 훨씬 효과있다.

가습기에 세균이 있는 것이 문제가 되어 대신 식물을 키운다고 해도, 식물과 화분에는 세균이 없나?
가습기와 화분에 있는 세균은 종류도 다르고 그 양도 다를 것이고 유해성에서도 차이가 날 것이고 따져보니 가습기가 훨씬 더 위험하다는 결론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식물과 흙, 수경재배할 경우 식물이 들어있는 물에도 엄연히 세균이 잔뜩 있는데 괜한 세균공포나 결벽증을 자극하여 식물을 사라고 하면 넌센스다.
그렇게 세균이 공포스러우면 가습기도 식물도 다 내다버려야 한다.


가습효과를 바라고 식물을 입양했다가 점차 식물 키우기의 매력을 느껴 식물 애호인이 되는 경우라면 바랄 나위가 없다.
그러나 헛된 믿음으로 돈 날리고 식물 죽이고 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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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1 23:05 2008/03/2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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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서 쓰는 작은 공부방은 1층에 있다.
1층이라곤 해도 바로 앞에 지면보다 높게 돋워진 길이 있고 단 하나뿐인 창문 바로 앞에는 큰 나무들이 서있는데다 언제나 블라인드가 드리워져 있다.
한낮에도 형광등을 끄면 꽤 어두침침하다.
내 책상은 창문을 등지고 미색으로 칠해진 벽 뿐인 귀퉁이를 향해 있다.
그런 고로 우리 공부방의 햇빛 환경은 반지하보다 조금도 나을 게 없다.

나는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책장도 거의 텅텅 비어 있다.
공부하기에는 꽤 쾌적한 환경이지만 역시 미색 벽만 마주하고 있으니 뻘쭘한 기분이다.

..... 라고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실은 그냥 뭔가 생물을 키워보고싶다는 욕구가 발동해서 식물을 들여놓았다는 쪽이 훨씬 정직한 것 같다.

2월 말에는 꽃대가 올라오는 물재배 히야신스를 한 뿌리 가져다 놓았다.
꽃대가 며칠만에 쑥쑥 올라오고 진분홍색 꽃이 피어나고 향기가 나는 것은 좋았지만,
꽃이 지고 나자 햇볕이 너무 부족해서 웃자라기 시작했다.
결국 기숙사 방 창가로 보내야했다.

우리 공부방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식물을 열심히 알아보았다.

우리 방의 환경은, 햇볕이 절대부족하고 덥고 건조하며 바람이 없다.
이런 데서 잘 살 수 있는 식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내에서 키우게끔 개발되고 판매되는 많은 관엽식물들은 대부분 출신지가 열대, 아열대 지방이다.
열대에서 큰 나무들이 즐비한 숲 바닥의 음지에서 자라던 식물들이 개량된 것이 많다.
빛이 적고 덥다는 점에서는 잘 맞는데 습도가 안 맞다.
또 실내에서 많이 키우는 선인장이나 다육식물은 덥고 건조한 데서는 잘 자라지만 볕을 많이 봐야 한다.

결국 이리 따지고 저리 따지다가, 습도는 계절이 여름으로 바뀌면 점차 높아질테고 그 전에는 분무기를 이용해서 버텨보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고무나무, 행운목, 포테리스를 각각 화분 포함으로 5천원씩에 구매했다.
포테리스는 고사리의 일종이라고 한다.
배송중 습도 보존을 위해 흙 위에 덮어 둔 것 같은 가짜 이끼는 모두 쓰레기통으로 고고싱 시키고 따로 식물원에 가서 완효성 고체비료 한 통을 3천원에 사와서 두세알씩 얹어 주었다.

(사진 찍는 실력은 형편없다. 구도가 뭔지도 모른다. )

먼저 고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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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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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테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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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쑤시게는 흙 안쪽의 수분 상황을 알아보려고 꽂아 둔 것인데....
이래 놔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빛이 너무 부족하면 아무리 음지식물이래도 잘 못 자랄까봐 보조 조명을 달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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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으려고 불을 잠시 껐다.
저 자바라 스탠드도 20W 형광등 포함으로 시장 철물점에서 1만원에 샀다.
식물재배용으로 출시되는 형광등이 따로 있지만, 가격도 비싸고 봉 형태로 된 것 뿐이어서 설치에도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 그냥 보통의 형광등으로 했다.
식물재배용 등은 이것보다 훨씬 밝기도 하고 색깔도 연보라색이 난다.
'식물의 광합성을 돕는 짧은 파장의 빛이 많이 나와서 생장을 촉진'한다고 광고하는데,
이 부분은 좀 이상하다.
가장 주요한 광합성 색소는 엽록소, 엽록소는 초록색이고 680, 700nm 정도의 적색광을 흡수한다고 배웠다.
예전에 있었던 식물랩에서도 지하 온실에 켜 두었던 형광등이 연보라색이 아니라 백색이었던 것 같다.
어찌됐든 백색광이면 여러 파장의 빛이 다 나올테니 안 켠 것 보다는 나을거라는 생각으로 그냥 샀다.

예전에는 물주기를 뿌리 부근의 흙에 종이컵이나 생수병 등을 이용해 부어서 화분 아래 구멍으로 물이 새어 나올 때까지 주는 방법을 썼다.
그런데 흙이 입자가 고우면 그런 방식으로 물을 주면 비 온 뒤 진흙땅이 벽돌처럼 딱딱하게 굳듯이 흙이 굳어지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흙이 굳으면 물을 줄 때 흙 표면으로만 물이 흘러서 바닥 구멍으로는 물이 나오지만 흙 안에 든 뿌리에는 물이 잘 도달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기 쉽다.
위에서 물주는 방법으로 오래 키운 화분에서는 물을 줄때 삐이이~하는 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었고, 분갈이 할 때 뒤집어보니 정말로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이번에는 저면관수를 하기로 했다.
저면관수는 화분 채로 물에 반쯤 잠기게 하여 잠시 방치하는 방법이다.
겨울에는 뿌리가 얼어 썩을 수도 있으므로 이 방법이 추천되지 않지만,
실내는 새벽까지 덥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저면 관수용으로 산 플라스틱 세숫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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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테리스를 저면관수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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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목을 저면관수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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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배송받을 때 화분 바닥에 흙이 지저분하게 묻어있었는데, 대야 바닥에 보이는 검은 찌꺼기들은 거기서 나온 것이다.
화분 안에 든 흙이 저렇게 흘러나오지는 않는다.

저면관수 시간은 15분 정도를 기본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더 길게도, 짧게도 했고 주기도 내맘대로다.
물주기에는 정형화된 방법이란 게 없으므로.
굳이 있다면 고무나무보다는 포테리스와 행운목을 더 습하게 관리한다.

저면관수라는 단어가 왠지 마음에 안 들어서 '담그기'라고 부르고 있다.
해보니 화분 받침에 올려놓았을 때 물이 흘러나와서 얼룩을 남기는 일도 없고 깔끔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리고 포테리스와 행운목은 때때로 분무를 해준다.
분무 하고 나서 불과 십여분이면 언제 분무했냐는듯 말라버려서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스럽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는 생각이다.

분무기와 고체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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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위에서 주지 않으니 고체 비료가 매우 느리게 녹을 것 같아서 물에 희석해서 쓰는 액체 비료를 2천원 주고 한 통 준비했다.
아직 가져오지 않았는데 다음에 담글 때 물에 섞어서 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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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1 21:21 2008/03/21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