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외딴 섬 마을이었다.
이 곳 사람들은 외부인의 방문을 받는 일이 거의 없이 고립된 사회를 이루고 있었다.
악마는 이 마을 사람들에게 빨간 눈의 저주를 내리고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펴기
"나는 방금 이 마을의 여섯 사람에게 빨간 눈의 저주를 내렸다. 이 저주를 받은 사람은 눈이 빨간색으로 변하는데, 자신의 눈이 빨간색이라는 것을 알아채면 그 날 밤에 반드시 자살하게 된다. "
그리고 악마는 홀연히 사라졌다.
마을의 성직자는 다행히 성스러운 힘 때문에 그 자신만은 저주를 받지 않았다.
성직자는 마을 사람들은 목숨을 구하기 위한 대책으로, 백마법을 사용해 모든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눈이 멀게 만들어 서로의 눈 색깔을 확인하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마을에 있는 모든 거울과 얼굴을 비춰 볼 수 있는 거울 비슷한 모든 것을 없애버렸다. 또, 사람들에게 눈 색깔에 대한 어떤 대화도 하지 말도록 신신당부했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빨간 눈의 저주를 받았을 수도 있기 때문에 죽음을 피하기 위해 성직자의 말을 잘 따랐다.
그리고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느낀 성직자는 마을 사람들을 세 무리로 나누어 섬의 동떨어진 세 곳에 나누어 이주하도록 하고 서로 교류하지 않도록 했다.
마을 사람들이 생업에 종사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눈이 머는 마법을 오래 걸어놓을 수는 없었다.
세 무리로 나누면, 같은 무리 안에서만 서로의 눈 색깔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눈이 빨갛다는 것을 알아채기가 어려울거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빨간 눈을 가진 사람이 보기에는 마을에 빨간 눈인 사람이 다섯 명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므로, 자신이 빨간 눈이라는 것을 알아챌 우려가 있었다.
남쪽 무리에는 빨간 눈을 가진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서쪽 무리와 동쪽 무리에는 각각 빨간 눈을 가진 사람이 세 명씩 있었다.
성직자의 지혜 덕분에 세 무리로 나뉘어진 마을 사람들은 한동안 평화롭게 살았다.
악마는 자신의 장난이 잘 먹혀들지 않은 것을 보고, 여행자로 위장하여 세 마을에 각각 나타났다.
그리고 세 군데 모두에서
"이 무리에는 빨간 눈을 가진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군요."
라고 말했다.
다음 날, 빨간 눈이 하나도 없는 남쪽 무리의 사람들은 모두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모두 각자의 눈에 빨간 눈인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가 빨간 눈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빨간 눈이 세 명인 서쪽 무리는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모두가 무사했지만 셋째날 밤에 빨간 눈인 세 사람이 모두 자살하고 말았다.
빨간 눈이지만 자신이 정상적인 눈이라고 믿고 있는 한 사람은 자기 무리에 빨간 눈이 두 명 있다고 생각했다.
빨간 눈이 두 명이라면, 첫째날에는 자기 눈에도 빨간눈인 사람이 한 명씩보이기 때문에 둘 다 자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둘째날에 다른 빨간눈이 살아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다른 빨간눈이 살아있다는 것은, 그의 눈에도 빨간눈이 한 명 보였기 때문일 것인데, 그것은 나 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째날 밤에 두 빨간눈이 모두 자살할 것이다.
이런 추론을 통해 둘째날 밤에 두 빨간눈이 죽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셋째날이 되어도 둘 다 살아있다.
이것은 빨간눈이 한 명 더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렇다면 그것은 나 일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셋째날 밤, 세 명의 빨간 눈이 모두 자살했다.
그러나 악마가 아무리 기다려도 동쪽 마을에서는 누가 자살했다는 소리가 나오지를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악마가 동쪽 마을에 가 보았다.
동쪽 마을의 세명의 빨간눈 중 한 명을 찾아가보니 그는 콧노래를 부르며 태평하게 밭을 갈고 있었다.
점심때가 되자 그는 다른 두 빨간눈을 포함한 마을사람 몇명을 초대하여 함께 식사했다.
다시 여행자로 가장한 악마는, 서쪽 마을에서 일어났던 일을 그들에게 이야기해주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요."
"그게 빨간 눈인 사람이 다음날 아직 안 죽어서.... 뭐가 어쨌다고요?"
"그냥 난 밥이나 먹을래요. 난 도통 돌대가리라..."
악마는 그만 짜증을 내며 포기하고 지옥으로 돌아가버렸다.
추리력이 모자랐던 동쪽마을의 세 빨간눈은, 이후로도 평화롭게 잘 살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