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2천년 전에 지구를 연구하기 위해 안드로메다에서 온 대학원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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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에 점점이 흩뿌려진 크고 작은 섬들.
예나 지금이나 열대지방의 바다와 누구도 다녀간 적 없는 풍요로운 섬 이야기는 대놓고 로망을 자극한다.

나는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읽고 또읽고 다른 역자의 책을 부러 찾아서 또 읽고, 이면지로 만든 연습장에 나만의 무인도 표류 이야기를 쓰기도 했다.
소설이라기보단 환상을 글로 옮기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환상을 그려보는 활동이었다.
그래서인지 내 무인도 이야기는 로빈슨 크루소보다 훨씬 '날로 먹는' 무인도였다.
쾌적한 기후, 철철 넘치는 민물, 그대로 먹어도 끝내주게 맛있는 과일이 제철도 없이 지천으로 열리고 쉽게 잡히는 새가 활보하고 위험한 동물이란 하나도 없고, 마침 딱 살기 좋은 동굴이 있어 푹신한 이끼를 깔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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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기사에 따르면 태평양의 거의 모든 외딴 섬에까지도, 사람이 살만한 환경이라면 어김없이 사람이 살고 있거나 있었다고 한다.
아시아에서 출발한 뱃사람들이 수백년에 걸쳐 이스터섬은 물론 남아메리카까지 진출했다는 학설도 있다.

이스터 섬의 모아이. '라파 누이'라고도 불린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은 신비로운 섬이다. 문자가 기록된 목판이 남아있지만 아무도 해석할 수 없다. 이 문자를 '롱고롱고'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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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서는 고대인들이 많게는 몇백 km까지도 망망대해로 분리된 작은 섬들을 탐험하는 것이 현대의 달 탐사에 비견될만한 대모험이라고 말한다.
이 모험을 한 뱃사람들을 우리는 라피타인이라고 부른다.
기원전 1200년경, 솔로몬제도에서 가장 가까운 산타크루즈 섬까지는 직선거리 370km의 망망대해로 중간에 기착할만한 섬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카누밖에 없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라피타인들은 산타크루즈섬과 그 너머 바누아투로 진출했다.
말이 370km지, 바람과 해류에 따라 경로가 흔들리다보면 그 두배의 거리는 가야 했을 것이고, 이것마저 목적지가 어느 방향에 있는지 정확히 알 때의 이야기다.
망망대해의 한 점에 불과한 미지의 섬이 어디있는줄 알고 계속 항해를 하겠는가?
운이 없으면 몇천 킬로미터를 항해해도 육지에 닿지 못할 수도 있다.
100년 후에는 800km 떨어진 피지까지 나아갔고, 태평양을 완전히 횡단해 남아메리카에 도착한 것은 기원후 1000년경이라고 한다.
그 와중에 파푸아뉴기니, 뉴질랜드, 호주까지도 진출했고 어쩌면 북아메리카로도 갔는지 모른다.
이렇게 넓은 범위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이 비교언어학적으로 매우 유사한 언어를 구사하고 항해술이나 종교의식 등도 단일문화권임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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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달에 발자국을 찍으러 다녀왔다.
언젠가 달에 인간이 살게 될 지도 모르지만, 아폴로 계획은 달에 발자국을 찍는 것이 목적이었지 달에 살기 위해 간 것이 아니다.
주거를 목적으로 달에 가려고 한다면, 아폴로 계획과는 차원이 다른 훨씬 거대하고 복잡한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라피타인들은 가족과 곡식, 생활도구, 가축까지 데리고 떠나서 영구정착했다.

더욱 이상하고 무서운 대목은 지금까지 이런 원양 항해를 할 수 있는 기술의 흔적이나 배 등의 항해 도구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태평양 주민들의 배와 항해술은 근해 어업에는 적절하지만 먼 바다에 나갈만한 것은 못 된다고 한다.

이쯤 되면 초고대문명설이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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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살아남은 라피타인들은 내가 연습장에 끄적거렸던 것 같은 환상의 낙원 섬에 도달하기도 했다.

호주국립대 고고학자인 스튜어트 베드포드의 말을 빌면 이랬다고 한다.

"당시 이곳의 모습은 정말 굉장했을 겁니다. ..... 산호초들은 이런 고둥(지름 30cm 정도의 밤바퀴고둥)들로 뒤덮여 있었고, 이런 것 하나면 한 끼 식사로 충분했죠. 바다에는 물고기들이 넘쳐났고, 우림에는 날지 못하는 새들이 있었죠. 게다가 녀석들은 인간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쉽게 잡을 수 있었어요. 라피타인들은 운이 너무 좋아서 낙원에 들어왔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과연 라피타인들은 누구였고, 왜 항해를 하게 됐으며, 어떻게 그런 항해가 가능했을까?
그리고 어째서 어느날 갑자기 홀연히 사라져버렸을까?

이 post의 모든 사진의 출처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www.nationalgeograph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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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5 15:00 2008/03/25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