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2천년 전에 지구를 연구하기 위해 안드로메다에서 온 대학원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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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보도블럭 틈새에 보라색 꽃이 소복이 피어있는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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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이 제비꽃인지, 오랑캐꽃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꽃인지 사실은 잘 모른다.

모래 알갱이가 틈새에 박혀 있긴 하지만 사실상 '그냥 돌틈'이다.
그런 데서 뿌리를 내리고 싹이 트는 것도 신기하거니와, 더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지나치게 풍성한 꽃이었다.
잎은 크지도 않은 걸로 네 장 밖에 되지 않는데 꽃은 다섯송이가 피고 두 송이가 봉오리로 맺혀있다.

일반적으로 식물 입장에서 꽃은 잎보다 훨씬 '비싸다'.
곤충을 유도하기 위한 색깔과 무늬를 입히고 꿀도 마련해야 하고, 암술수술도 만들어야 하는데 잎과는 달리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기능은 전무하다.
씨가 맺히면 또 거기에 엄청난 양분을 공급해줘야 한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을 더 많이 내서 양분을 모으겠지만 잎보다 훨씬 많은 꽃을 우선으로 피운다는 것은 큰 모험임에 틀림없다.

제비꽃 씨앗을 본 적은 없지만, 그리 크지는 않을 것 같다.
씨앗에 저장되어 있던 양분도 변변찮았을 것 같다는 말이다.
돌 틈사이에 뿌리가 얼마나 풍성하게 내렸을지도 의문이고, 저 자리는 한낮 한때가 아니면 거의 언제나 그늘이다.

누군지 기억할 수는 없지만,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 아래 형편없는 잎사귀들을 보고 "카드빚으로 예쁘게 치장하고 다니는 철없는 아가씨같다"고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식물 세계에는 카드빚이란 게 없다.
어디서 용케 에너지를 만들어서 저렇게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카드빚 아가씨는 그 몰락이 예견되어 있지만, 저 꽃은 이런 생존전략으로 여러 세대를 이어가며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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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7 13:36 2008/03/2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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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실내식물
고사리님은 확실히 우리 방에 적응을 하신 것 같다.
새순이 쏙쏙 돋아나고 있다.
마치 고사리나물 해 먹어도 될 것 같은 어린 순이 돋았을 때 찍으려고 했는데, 며칠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에 쑥쑥 자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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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크게 자란 새순은 그만 사진에서 짤리고 말았다;
가능한한 깔끔한 배경으로 찍어보려고 좁고 복잡한 책상에서 복작거렸으나 구도라든지, 수평이라든지, 배경 배제라든지... 아이구 못하겠다.
결국 대충 찍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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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자란 새순이다.
점점 펴지고 잎이 커지면서 '형님'들처럼 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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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들 사이에 수줍게 돋아나 있는 비교적 어린 새순이다.
고리 모양으로 끝이 말려있다가 점차 펴지면서 세 갈래의 잎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새순의 줄기는 녹색이고 부드러운 데 반해 형님들의 줄기는 검고 목질화되어 있다.


화분이 풍성해지겠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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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7 13:12 2008/03/27 13:12